*현 시점은 02 오리지널 드라마 씨디 이후의 2003년 여름.
[히카리 시점]
이제 곧 오다이바 초등학교를 비롯한 전교 축구 대항전이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이치죠우지 군이 있는 타마치 초등학교도 참전하게 되어, 다이스케 군과 이치죠우지 군은 거의 매일같이 공원에서 함께 축구 연습을 하는 중이다. 타케루 군은 농구부지만 '재밌을 것 같아 보여서'라는 이유로 가끔씩 두 친구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연습용으로 나눠지는 팀은 다이스케 군/브이몬/타케루 군과 이치죠우지 군/웜몬/아르마지몬, 이 구성이었다. 이거 밸런스 붕괴가 심한거 아닌가..? (다이스케 군의 팀에는 인간이 둘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치죠우지 군 혼자서도 두 명의 몫은 충분히 해내기에 그런 걱정은 단숨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축구 연습을 관람하는 멤버인 나와 테일몬, 미야코상과 호크몬, 그리고 이오리 군은 이번 시합도 작년처럼 타마치가 우승하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야 어느 쪽이 이기던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지만, 다이스케 군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이 대화는 우리들만의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다. 왜냐하면,다이스케 군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만드는 키워드가 바로 '축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으악! 브이몬 지금 뭐하는거야, 공을 뺏어와야지!"
"다이스케 네가 바로 옆에서 달려왔으면 패스해줬을 거야!"
지금 둘이서 말싸움할 때가 아니잖아?
"다이스케 군! 빨리 공격을 막아!"
골키퍼 역할을 맡은 타케루 군이 다급하게 다이스케 군을 불렀지만, 이미 골문 안에 볼이 들어가고 말았다. 물론 그 역할은 팀의 리더를 맡은 이치죠우지 군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그냥 인원수 채우기 용이었는지 골키퍼인 웜몬은 열심히 이치죠우지 군을 응원하는데 바빴고, 아르마지몬은.. 달린다기 보단 아예 몸을 웅크려서 공처럼 데굴데굴 구르며 볼을 이치죠우지 군에게 패스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다이스케 군은 축구공과 아르마지몬을 헷갈린 나머지 헛발질을 하는 우스운 꼴만 보이고 있었다.
"다이스케 팀은 완전 불협화음이구만~? 오늘도 켄 군 팀이 이기겠어~"
미야코상은 손발이 전혀 안 맞는 다이스케 군의 팀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이야 디지몬들을 데리고 하는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실전으로 들어가면 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임하겠지만..
"미야코 너, 그럼 본 경기에 들어가면 혹시 또 켄을 응원할거야?"
그때, 테일몬이 그런 미야코상을 향해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역시 이럴 때 보면 우리들 중 제일 어른은 테일몬이라고 생각한다. 테일몬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미야코상은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런데 하필, 미야코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거야 미야코상 입장에선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다이스케상은 이제 우리 학교 축구부의 레귤러고, 센터 포워드를 맡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매일 같이 연습 경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치죠우지상한테 연달아서 밀리고 있으니.."
이오리 군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야코상의 대변을 맡아 속사포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미야코상도 당연히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겠거니~ 라고 여기는 듯 했다.
"마, 맞아~ 다이스케 얘는 레귤러로 뽑혔으면 실력이 더 좋아져야 하는 거 아냐? 근데 어째 매번 켄 군한테 지는거냐구!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켄 군이 왜 팬이 많은지 알겠더라니까~ 뭐 나야 원래부터 팬이었지만!"
그런 이오리 군의 말에 언니는 맞장구를 치며 동의했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미야코상의 대답에서 뭔가 석연찮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옆을 보니 테일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 둘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결국 둘이서 작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치죠우지 켄! 오늘도 이겨라아아!!! 파이팅 켄 군!!"
그러던 그때, 갑자기 미야코상이 켄 군을 향해 큰 소리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다이스케 군의 실력을 한심하게 생각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치죠우지 군을 응원하는 걸까? 아니, 미야코상의 마음은 분명 그것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 미야코상의 외침을 켄 군이 들었던 건지, 그 순간 이치죠우지 군은 또 다시 아르마지몬의 날렵한 패스를 받으며 다이스케 군 팀의 골문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그 때 그 순간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역시 미야코상의 응원이 힘이 되어준 것일까?
"꺅!! 역시 켄 군이라니까!!! 이 기세로 본 경기도 파이팅이야!"
이치죠우지 군이 재빠르게 골을 넣자 미야코상은 더욱 기쁜 듯한 목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미야코상의 그 모습에 나마저도 웃음이 터져버렸고, 반면에 이번에도 이치죠우지 군을 막지 못한 다이스케 군은 씨익씨익대며 관중석 쪽으로 달려와 미야코상에게 쏘아붙였다.
"미야코 너 정말, 작년에도 그러더니 이번 경기도 켄네 학교를 응원해줄 셈이야?!"
"어머~ 그럼 응원할 수 있게 공이라도 뺏어 보시던가! 꼴랑 3점 밖에 못 얻은 주제에 잔말이 많으셔?"
물론 미야코상도 지지 않고 바로 맞받아쳤다. 다이스케 군은 그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경기를 끝내고 달려온 브이몬과 타케루 군에게 화살을 돌려버렸다. 이 둘은 또 무슨 죄인건지..
"타케루, 너는 축구보단 역시 농구가 나은 것 같아. 축구를 하면 항상 다이스케의 잔소리를 듣게 되잖아~"
옆에선 파타몬이 은근히 다이스케 군을 저격하듯이 타케루 군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어느 새 음료수를 사온 건지 호크몬이 경기를 마친 모든 아이들에게 캔음료를 돌리고 있었다.
"자자~ 그만들 싸우고 시원하게 하나씩 마셔요! 그저 연습경기일 뿐이잖습니까?"
나도 호크몬의 말에 동의를 하며 손에 있던 캔음료 몇개를 가져가 이치죠우지 군의 팀에게 나누어 주었다.
"다이스케 군이야 자신이랑 학교의 명예가 걸린 싸움이겠지만, 우리들 입장에선 똑같은 친구가 경기에 참여하는건데 너만 응원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치죠우지 군? 미야코상도 그런거지?"
나는 이치죠우지 군에게 캔음료를 손에 쥐어주며 미야코상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나의 말에 다이스케 군은 '히카리짱 마저...'하고 시무룩해져 버렸고, 미야코상은 잠시 머뭇하는 듯 보이더니 '..당연히 그런거 아니야? 뭐, 나는 무조건 잘하는 애를 응원하는거라구!' 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미야코상의 시원한 듯 미묘한 대답을 들은 이치죠우지 군은 순간 멈칫했다가 밝게 미소 지으며
"고마워 히카리상. 그리고 미야코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
라고 대답해주었다. 이치죠우지 군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대답에 왠지 미야코상의 얼굴이 붉게 물든 것 같아 보였다. 슬슬 해가 지는 저녁 시간이라 노을 빛이 유독 짙어져서 그런 것일까..?
잠시 동안 평온했던 분위기는 다이스케 군의 이치죠우지 군을 향한 강렬한 승부욕의 외침 덕분에 금새 깨지고 말았다.
다이스케 군, 그러다가 또 우리 오빠한테 한 소리 듣겠어...
+다이스케의 축구부 레귤러 포지션 설정은 02 오리지널 드라마씨디의 다이스케 편인 '고글'을 참조하였습니다.
(2018.06.26 글 백업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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