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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글

디지몬 어드벤처 02/미야켄 hl 짤막글 - 미야코의 시점 편

by 렌티카 2020. 3. 25.

*현 시점은 02 드라마씨디 이후인 2003년 여름.

 

 

 

 

 

 

[미야코 시점]

 

 

아- 오늘도 야마토 선배한테 내가 만든 곡이 까였다.. 왜지? 난 밴드랑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성격이랑 안 맞다니 말도 안 돼!!!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했는데...흑.

 

야마토 선배의 밴드 연습장에서 나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보면 알다시피 나는 음악 관련 소프트웨어에 능하기 때문에 

간간히 야마토 선배네 밴드의 음향 담당을 도와주곤 했다. 그러나 요 며칠간은 나 스스로 자신감이 붙어 창작곡을 몇 개 제작해서 

밴드곡에 수록을 하고자 했지만 번번히 선배한테 까이기나 하고! 이제 포기해야하나? 에휴..

 

하지만! 여기서 풀 죽을 미야코가 아니지. 그렇게 곧바로 행동력으로 실천한 나는 디 터미널로 

 

[내일 오후 3시에 모두 우리 집으로 모여줘. 미야코 선배의 명곡을 감상할 티 타임을 가질거야!]

 

라고 전체 메일을 회신했다. 다행히 친구들 모두 시간 맞춰서 가겠다고 답장이 왔다. 아싸!!

그렇게 내일이 지나, 친구들이 오기 전 나는 최근 생긴 또 다른 취미인 '홍차 만들기'를 모두에게 첫 대접을 하기로 결심하고 

미야코 특제 밀크티를 끓이기 시작했다. 추가로 디저트는  우리 집 편의점에서 파는 인기만점 수제 쿠키까지 접시에 담으니 완벽해!!! 

음 이제 남은 건.. 

 

띵동-

 

엥? 아직 3시도 안됐는데, 누가 벌써 온건가? 

 

"네네~ 나가요!"

 

벌컥 문을 열어보니 세상에, 켄군과 그 품에 안겨있는 잎새몬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다른 애들도 아니고 제일 멀리 있는 켄군이 제일 일찍 오다니..?!

 

"아.. 안녕하세요. 집이랑 거리가 멀어서 일부러 빨리 출발했거든요?

그러다보니 너무 이른 시간에 온게 아닌가..해서.."

 

아니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래? 켄군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미야코. 집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뭐하고 있었어?"

 

순간적으로 멍 때렸던 나는 잎새몬의 물음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마침 음악 감상회를 연 기념으로 밀크티를 만들고 있었지~

켄군이랑 잎새몬도 얼른 들아와! 뭐 어때? 일찍 오면 올수록 좋지 뭐!"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으앙~ 켄군이 제일 먼저 오다니 왜 이렇게 부끄러운거야.. 이게 처음도 아닌데 나도 참~ 

얘는 이럴 땐 또 쓸데없이 성실해서 탈이라니까? 아직 애들이 오려면 20분은 더 남았는데!

 

"우와~ 켄짱! 이것 좀 봐! 이 쿠키 진짜 맛있겠다!"

"아, 안돼 잎새몬! 모두가 도착하면 먹어야지!"

 

오잉?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 잎새몬이 접시 위의 쿠키를 집어먹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손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집었지? 나야 뭐 상관은 없지만..

 

"앗.. 미안해 미야코..! 먹어도 되는 줄 알았어.."

"아냐! 괜찮아~ 어차피 먹으려고 놓은거니까, 신경쓰지 마!"

"그래도 죄송해요, 기껏 미야코상이 준비해놓은건데."  

 

난 진짜로 괜찮은데.. 물론 예쁘게 셋팅해놓은 건 사실이지만, 쿠키 한 개 줄어도 크게 이상해보이진 않는다구?

뭐, 켄군이 저렇게 미안해하니까..후후?

 

"진짜로 미안하면~"

"네?"

"내가 만든 시험곡을 먼저 듣고 평가해줬으면 해!"

"어... 제가 먼저 들어도 되나요..?"

 

나름 벌칙이지만 일종의 서비스로 선택권을 준건데, 켄군의 표정은 진짜로 당황한 듯 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다이스케한테 한번 들은 적이 있었구나, 켄군은 음악 쪽에 약하다고 했지 참?

 

"물론이지! 근데, 너 사실 음악엔 별로 관심 없다며?"

 

나는 이참에 돌직구로 켄군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켄군은 역시 묻자마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 혹시 다이스케가 말해줬나요? 그 녀석이 정말.."

"응! 다이스케 아니면 누가 얘기해주겠어? 어쨌든, 음악에 관심 없는 애가 우리 집으로 온 이유는 뭘까~?"

 

내가 장난치듯이 묻자, 왜인지 켄군 얼굴이 약간 빨개진 것 같아 보였다. 

 

"아!! 최근 들어서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고 하길래.. 클래식부터 조금씩 듣고 있어요! 

클래식이나 팝송은 공부에도 도움이 되니까... 그래서에요!"

 

켄군은 몇초간 고민하는 듯 하다가 급하게 변명하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얘는 이런 점이 귀엽단 말이야?

뭐 한 번 정도는 속아주지! 이래뵈도 내가 누나니까~

 

"켄. 근데 미야코가 만든 노래는 클래식도 팝송도 아닌데 괜찮겠니?"

 

그때, 눈치없이 삐삐몬이 훼방을 놓으려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넌 잎새몬이랑 쿠키나 먹고 있어~'라고 말한 뒤 켄군을 내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뒤에서 삐삐몬이 뭐라 하는게 들렸지만, 뭐 어때! 나는 곧바로 컴퓨터를 킨 뒤 오디오 소프트웨어를 열고 내가 제작한 창작곡인 'Come On! Moon Light'를 재생시켰다. 사실은 삐삐몬 말대로 클래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신나는 힙합 계열 곡이긴 한데...

 

"어때..? 켄군 너랑은 분위기가 전~혀 안 맞겠지만..하하하!"

 

난 노래를 들으면서 당황해 하고 있을 켄군이 떠올라서 뒤를 돌아보며 물어보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나름 진지하게 곡을 감상하고 있는게 아닌가?! 왠일이지?

 

"음.. 확실히 야마토 선배의 밴드쪽이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엥? 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설마....

 

"켄군 너, 혹시 다이스케한테 그 얘기 들은거니..?"

"아앗!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말 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는데!"

 

진지한 표정은 다시 싹 사라지고 당황해하는 켄군를 보자 피식, 하고 웃음이 터졌다.

 

"풋..! 왜 네가 사과를 해? 주둥이가 싼 다이스케를 탓해야지. 그 녀석 오기만 해봐라!  아무튼, 그래서 내가 만든 노래는 어때, 좋은 것 같니?"

"아.. 밴드와 어울리지 않고를 떠나서, 신나는 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미야코상의 곡은 처음 들었지만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흐음, 켄군의 답은 이거구나. 하긴 음악을 잘 모르는 아이한테서 뭘 기대한걸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듣고 생각해 준 점은 참 고마웠다. 역시 친절의 문장을 가진 녀석다워.

 

"자세하게 답해줘서 고마워, 켄군! 아, 이제 곧 애들이 올 것 같은데 미리 차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저, 그럼 저도 같이 도와드릴게요. 음악은 잘 모르지만 차 만드는건 할 수 있으니까..!"

"...켄군 너,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니?! 얘가 정말 못하는 게 없네?"

 

내가 진심으로 놀라며 물어보니까 켄군은 아까처럼 또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쟤는 부끄러워하면 항상 저렇게 변한단 말이야? 

귀여우니까 앞으로 칭찬을 자주 해 줘야겠어!

 

"어.. 엄마한테서 배운 거에요. 엄마가 카페에서 일하셔서.."

"맞다~ 그러고보니 너희 어머니도 맞벌이셨지? 그래도 남자애가 차 만드는 걸 다 알다니 역시 다이스케 녀석이랑은 태생부터 다르구나..! 

뭐, 여튼 그럼 나 좀 도와줄래? 홍차를 준비할 건데."

"네..!"

 

이렇게 친구들이 오기 전 나와 켄군은 부엌에서 홍차를 끓이며 디저트를 준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홍차에 밀크를 넣는 순서과 취향까지 나와 흡사했던 켄군이 상당히 새로워 보였다.

 

앞으로 우리 집에 자주 초대해 줘야겠다. 단둘이 있는 시간도 나쁘지 않은 걸?

 

 

 

 

 


 

 

+미야코의 음악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설정은 본편이랑 오리지널 드라마시디에서 나옵니다!

+역시 켄이 음악엔 관심 없다는 설정도 본편에서 등장해요!

+오늘 하루 종일 뒷담만 까이는 다이스케.......

 

 

 

(2018.06.19 글 백업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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